예술을 크게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범주로 나누는 것은 댠순한 2분법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분류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순수예술은 우월한 상층부의 예술이고 대중예술은 그 밑에 놓이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예술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이는 마치 인종을 두 종류로 분류하는 것과 비슷한 우를 범할 수 있다.
순수예술이란 역사적으로 보면 전통적인 예술을 뜻한다. 대중예술이 태동하기 전까지는 순수예술이란 용어가 필요하지 않았고, 순수 예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은 그저 예술로 통칭되었다.
이 보편적인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의 예술이 상대적으로 순수예술 혹은 고급예술로 분류되게
된 것이다.
대중예술은 소위 대중매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길수 있는 예술 장르이다. 여기에는 소설,
가요, 영화, 만화 등 모든 연예 오락등의 문화산업의 주요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된다.
또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이 두 예술의 범주는 한층 더 커지게 되었다. 즉 순수예술과 대중예술과의 교집합 부분이 더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장르가 소위 크로스오버 장르이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차이를 우선 생산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물론 여러 명이 합작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순수예술은 생산자가 예술가
개인이다. 반면 대중예술의 생산자는 보통은 기업이다. 기업이란 그 존재 이유가 영리추구에 있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행동을 한다. 이에 반해서 예술가는 그 자신이 영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물론 금전적 이득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일차적으로는 그 자신의 예술적
이미지를 창조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소비의 관점에서 보면, 대중예술은 사회 전 계층을 잠재적 수요자로 본다.
반면에 순수예술은 특정계층의 수요자들을 대사으로 삼는다. 특정계층이란 과거에는 주로 귀족계층들이었고, 순수예술은 이들의 배타적인 전유물이었다.
사회계층의 측면에서 대중예술 소비자와 순수예술 소비자들간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확인 할 수 있다.
서민층이나 소득층과 같은 하위계층의 문화적 소비패턴을 볼 때, 이들은 주로 대중예술 및 대중문화만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들이 소위 고급문화 및 순수옛술을 소비하는 경향은 거의 없다.
반면에 순수예술을 음미하는 상류계층의 사람들은 순수예술 장르에 대한 소비는 물론이고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소비도 꽤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를 읽는 계층과 같은 대중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나뉜다.
영국에서는 같은 고급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같은 대중지를 읽는
경우도 30%나 된다.
반면에 고급문화만을 고집하고 순수예술에만 탐닉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 이런 경우는 5%미만이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고급 인텔리 계층이 주로 읽는 신문은 나 이다.
이런 계층간의 자연스런 분화는 펍문화에도 나타나서 고급 사교클럽을 이용하는 상류계층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선술집인 펍 고객들 역시 스스로 선택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고급 클럽일수록 이용 규정과 드레스코드가 엄격해서 이용자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고르게 된다.
한국은 그런점에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계층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평등주의적인 의식이
대단히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